[D-Lux 8] 3주 사용 후기
들어가며
필름 카메라를 시작으로 사진을 취미로 두게 된 지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사진을 더 잘 찍게 된 건 아니지만 셔터를 누를 때의 나는 뷰파인더에 무엇을 담아두고 있었나 하고 돌아보는 나름의 재미로 이 취미를 이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무거운 Nikon F3 같은 필름 카메라도 잘 들고 다녔지만 요즘은 X-T30에 XF18-55 정도만 물려서 들고 다녀도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작은 카메라를 찾게 되었고 Leica D-Lux 8 을 구매하게 되었다. 라이카는 장점만큼이나 단점에 대해서도 말이 많고, 필자 역시 그 단점들에 대해 공감하는 면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조건을 따졌을 때는 D-Lux 8 만한 카메라가 없었다.
카메라 조건
이번 카메라의 구매를 위해 다음의 조건들이 꼭 갖춰져야만 했다.
- 대부분의 사진은 일상, 여행의 기록이다. 다만 나름의 정성을 들이기 위해 핸드폰보다는 카메라를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들고 다니기가 용이해야 한다.
- 후지필름 X-T30 + 보이그랜더 Ultron 28mm 조합도 사용해 보았지만 렌즈 후드의 개폐가 불편하고 수동 렌즈이며 여행/일상 사진에서는 단렌즈만큼의 선예도, 화질보다는 다양한 상황에 쓸 수 있는 줌렌즈가 더 적합하다.
- RICHO GR2 를 2년 정도 썼었는데 디지털 줌으로 찍었던 사진들의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크롭을 하지 않고 화각 조정이 되는 광학 줌렌즈면 좋겠다.
- 핸드폰으로 최대 200MP의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용량의 문제가 있고 구글 포토처럼 업로드 조건(50MP 이하)이 있는 경우 클라우드에 사진을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핸드폰 카메라보다 센서가 크면서 50MP 이하에서 PC 등의 일반 환경에서 봐도 문제가 없는 사진 품질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의 4가지 조건을 찾아 헤매다 보면 결국 파나소닉의 LX100M2 와 라이카의 D-Lux 7, 8 에 도착하게 된다. LX100M2 는 정말 구하고 싶었지만 중고가도 많이 올랐고 상태가 좋은 매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D-Lux7 도 많이 고민했었지만 외관만 바뀐 LX100M2 를 그 정도 가격을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D-Lux 8 도 발매 초기에 보긴 했었지만 같은 이유에서 구매를 망설였다. 하지만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카메라 종류가 너무 적고 언제 또 새 버전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거의 1년 여를 고민하다 이렇게 시간 보내느니 일단 사고 한 장이라도 더 찍자는 생각에 결국 D-Lux 8 을 구매하게 되었다.
단점
- v1.4 펌웨어 업데이트 후에도 카메라를 켰다가 바로 끄면 종종 8~10초 정도 종료 딜레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 fotos 앱을 이용한 사진 전송 시 배터리가 꽤 많이 소모 되는 듯하고, 외출해서 오래 쓰려면 여분 배터리가 필요할 것 같다.
- af 를 보통 지능형 af 를 쓰는데 어둡거나 피사체가 조금 애매하다 싶으면 잘 못 잡는 경향이 있다.
- fotos 앱을 통해 사진에 라이카 Looks(필터)를 적용하는 건 iOS에서만 가능하다(...)
배터리야 애초에 용량(1025 mAh)이 큰 편은 아니라 그렇다 치고, 종료 딜레이도 바로 끄지만 않으면 되니까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AF는 안 잡히는 상황에서는 아예 못 잡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MF 로 바꿔서 찍으면 되니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카메라 구매 전부터 다른 리뷰들을 통해 알고 있었던 문제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fotos 앱 기능이 os 별로 나뉘어져 사진에 적용 가능한 라이카 룩스(카메라에는 둘 다 적용할 수 없다)를 안드로이드에서 쓰지 못하는 건 조금 그렇다. 매장에서 설명까지 듣고 왔는데 집에 와서 해보려니 안 되는 그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소프트웨어 기능의 차이니까 언젠가 안드로이드 앱에도 추가되길 바라본다.
장점
- 가볍고 예뻐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날이 훨씬 많아졌다. 사진 찍는 게 취미라면 많이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것보다 큰 장점은 없지 않을까 싶다.
- 크롭하지 않고도 24-75mm 범위의 화각에 대응할 수 있다.
- 뷰파인더로 봤던 것보다 찍은 사진을 보면 잘 나와 있다(...). 뷰파인더의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찍을 때는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 iOS 를 사용 중이라면 fotos 앱에서 라이카 Looks를 사진에 적용할 수 있다(...).
계속 고민하다가 구매 결정을 확정했던 건 역시 직접 만져봤을 때였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이쁘다 싶었는데 직접 잡아보니 견고한 마감이 일품이었다. 단단한 철제 느낌과 가볍지만 존재감은 충분한 무게, 블랙 페인트가 선사하는 세련된 디자인. Q, M 등의 라이카 주력 라인은 만져본 적도 없어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마감만 놓고 봐도 구매욕을 부추기기엔 충분했다.
자전거를 타는 게 취미라 주말에 하루 정도는 친구와 자전거를 타는데 6개월 이상은 X-T30 + Ultron 28mm 와 함께했다. 충분히 좋은 조합이었지만 종종 화각이 아쉽고 스크류 형 렌즈 후드를 분리하는 게 귀찮았는데 이제 이런 문제도 없어졌다. 더 간편하게 더 많은 화각에 대응할 수 있으니 장점만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센서 크기와 단렌즈/줌렌즈의 차이가 있기야 하겠지만 일반적인 PC, 모바일 사용 환경에서 눈에 띌 정도의 차이는 아직 느끼지 못했다.
뷰파인더나 LCD 를 보면서 찍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PC나 모바일로 옮겨서 보면 생각보다 잘 찍혔네 하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걸 뷰파인더의 단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찍을 때보다 잘 나와있으니 약간 선물을 받은 느낌도 들고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다.
iOS 유저시라면 fotos 앱에서 라이카 룩스를 사진에 적용할 수 있으니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 필자는 아이패드를 빌려서 사용해 봤는데 Contemporary, Eternal, Chrome 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카메라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흑백 고대비의 경우에는 기본 설정임에도 아주 훌륭하다. 흑백 사진은 대비가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흑백 고대비는 앞으로도 자주 사용할 예정이다.
결론
리코는 써봤지만 아쉬웠고(포지티브 필름 룩과 크기는 너무 좋았다),
후지필름은 다른 기종이지만 카메라가 있고,
소니/캐논은 아니어도 센서가 작은 삼성 똑딱이 카메라도 써봤지만,
지금까지 사용감 대비 만족감은 D-Lux 8 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다르기야 하겠지만 데일리 카메라가 필요하다면 D-Lux 8 을 권하게 될 것 같다.
무보정 작례 몇 점 첨부하며 이만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