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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이타주의자] 를 읽고 기부 실천하기

by pathas1126 2022. 4. 3.

윌리엄 맥어스킬, 전미영 역, 부키, 2017

효율적 이타주의

냉정이라는 단어가 이타주의자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눈길을 빼앗겼다. 책을 읽고나니 정확히는 '효율적 이타주의' 에 대한 책이었다. 효율적 이타주의란 쉽게 얘기하면 기부를 할 때도 최선의 효율, 여기서는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운동이다. 가령 한 달에 10만원을 기부한다면 10만원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한다.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기대되는 영향령이 매우 높은 자선단체가 있는 경우 그곳에 기부를 해도 된다. 대부분의 세상을 바꾼 혁신은 작은 씨앗이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로 자란 경우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제적 위치 파악하기

잠깐 우리나라에서 나의 경제적 위치와 전 세계 차원에서의 나의 경제적 위치를 비교해보자. 먼저 2019년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수입을 보면 필자는 중간 정도 위치하는 편이다. 하지만 위 링크의 글에도 나와 있듯이 고액 연봉자들이 열심히 올려준 연봉 평균을 봤을 때 중간인 것이고 중위소득 기준과 연봉 중앙값을 따지면 중간보다도 조금 높은 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수준에서는? 기빙 왓 위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조회해보면 무려 상위 2%에 해당한다. 아래 차트는 내 연봉의 10%를 기부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추정치다. 책에서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 평균 정도의 수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 세계 기준에서 보면 초부유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giving what we can_how rich am i

기부를 해야 하는가?_상댓값 VS 절댓값

이제 가장 머리 아픈 부분에 대해 생각해볼 차례다. 내가 전 세계 기준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해서 현재 내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 정도의 부를 누리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집은 커녕 차도 없고, 모아둔 돈도 별로 없고, 아직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중이다. 오히려 더 아득바득 재테크도 하고, 투잡도 뛰고, 주식 공부도 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려고 노력해야 할 판이다. 덜 개발된 국가의 절대 빈곤층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절박함을 덜 느낄테니 상대적 빈곤함으로 보면 내가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먼저 절대 빈곤은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태의 가난이기 때문에 의식주에서 질적 선택지를 갖는 사람들과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루이비통 가방을 사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가방도 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선망은 사지 못할 지라도 기능 정도는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빈곤층의 사람들은 옷을 입을 수 있는가를 두고 투쟁해야 한다.
상대치의 뒤에 숨어 절대치를 모른 척하기가 힘들어지는 또 다른 이유로는 환경의 우연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우리의 국가, 지역, 부모 등 어떤 것에 대한 선택지도 갖지 못하고 그냥 세상에 던져진다. 만약 우리가 총 100번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제 한 5번 정도 태어난 상황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앞으로 95번을 다시 태어나게 될텐데 HDI 에 따라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0.9 이상)는 3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즉 총 206 개 나라 중 선진국에서 태어날 확률은 15% 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그 국가 내에서도 중산층 이상에 속할 확률은 당연히 더 낮아진다. 앞으로 다시 95번을 사는 것이 아니라 95 명이 태어난다고 해도 확률은 변치 않는다. 95명의 85%는 그저 태생적 운에 따라 비선진국에서 삶을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조카, 동생, 후배들이 최소한의 의식주는 갖춰진 환경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그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럼 이제부터는 책의 원제인 '좋은 일 더 잘하기'를 실천하기 위해 책에서 제시한 대로 기부를 해보도록 하자.

기부처 정하기

사실 기부를 해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내 처지를 생각하면서 미루기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조금씩이라도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집을 사야하는데 집을 못 사서 생기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 이상한 상황은 정부가 바로 잡아야지, 아둥바둥 돈 모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사는 곳에 그 큰 돈을 주고 살고 싶은 생각은 정말 하나도 없다. 하루 빨리 자는 곳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아무튼 이제 기부처를 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브웰이나 기빙 왓 위캔 같은 국내 서비스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기부처를 선정해보고자 한다.

1. 먼저 이슈화되어 이미 많은 돈이 기부된 경우는 후보에서 제외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강원 산불 같은 굉장히 큰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그 만큼 기부처도 많고 기부금도 많이 모인 듯 보인다.

2. (작은 가능성-큰 기대 효과) 기부처 검토
'연구', '개발'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연구와 그나마 가까운 기부처는 아동/청소년 기후위기 교육과 관련된 곳인데 모금이 완료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서 넘어가기로 한다.

3. [지구촌] 탭에서 기부할 곳 고르기
기브웰의 자선단체 랭크를 보면 말라리아 퇴치 관련 자선단체가 두 곳이나 [Top 9]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단순하게 계산을 해보면 10만원으로 3명의 아이들에게 모기장과 담요를 각각 1개씩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라이프오브더칠드런에서 진행하는 말라리아 퇴치 모금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후기

기부에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려고 했더니, 그냥 내용 정리만 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에 책에 나온 대로 기부를 시작해 보았다. '10만원 가지고 난리야' 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만, 오히려 적은 돈이기에 더 신경을 써야 헛되이 쓰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기빙 왓 위캔, 기브웰을 직접 통하지 않고서 우리나라에서 일반 직장인이 효율적 이타주의를 그대로 실천하기란 조금 무리가 있는 듯 하다. 자선 단체를 꼼꼼히 분석하기도 힘들 뿐더러 매번 이렇게 기부를 해야 한다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절대 빈곤의 억제가 목표라면 아예 기브웰의 자선 단체 랭킹을 보고 그 중에 하나를 골라 정기 후원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겠다.
또한 계속 마음이 쓰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빈곤층과 전 지구적 절대 빈곤층 중 어느 곳에 기부를 하는 게 정말 좋은 선택인가에 대한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으려고 해서 그런 지 우리나라 모금에 기부를 하고 싶어지지만 효율적 이타주의에 따르면 전 지구적 절대 빈곤층에 기부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을 해봐야겠다.
기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전체적으로 기부금이 상당히 많았다.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게 돼서 뭔가 나까지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기부 내역